[중앙박물관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풍류, 문인들의 모임

조선후기 영.정조대 이후에는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던 시모임이 신진세력을 자리잡은 중인들에게도 확대되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의 문화적 역량을 드러내었다. 중인들은 통역을 하던 역관이나 의관, 중앙부처의 서리들로 오늘날 의사,중앙부처 공무원, 외교관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식을 요하는 전문직이다. 이들은 조선후기에 들어서면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며, 시사 이외에도 이들의 계모임이 상당히 활성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화원들이 국가의 중요한 행사 장면 등을 그려서 기록으로 남기고, 참석자들에게 기념으로 나누어 주기도 했는데 의궤나 민간에서 소장한 그림에서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조선후기에는 민간에도 확산되어 양반이나 중인들의 시모임이나 집안행사 등을 그림으로 남겨놓고 있다. 오늘날 행사장면을 기념사진으로 남겨놓은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OLYMPUS DIGITAL CAMERA수계도(修禊圖), 유숙(1827~1873년), 조선 1853년, 종이에 엷은 색, 국립민속박물관. 19세기 한양에서 활동했던 중인들의 시모임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자신들의 모임을 중국 왕희지의 시모임에 비유하면서 당시 높아진 중인들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도시풍류
도시의 성장은 문예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한양에서 도시의 번화함과 문화를 누리며 살기를 원했고, 도시의 삶을 서화애호와 골동수집의 취미로 채웠습니다. 조선후기에 그려진 많은 아회도(雅會圖)들은 도시의 문인들이 누렸던 풍류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가 하면 19세기 사회의 주역이었던 중인들은 사대부 양반들을 능가하는 서화 창작의 주도세력으로 떠올랐습니다. 일찍부터 외국의 신문물을 접하여 선진 지식을 갖춘 중인들은 새로운 도시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는 사회주도층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들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사(詩社)’를 결성하고 예술적 동지로서의 유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문화를 선도하는 ‘여항문인(閭巷文人)’이자 창작의 주체로서 자의식을 갖춘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수계도 중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탁을 중심으로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참석자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OLYMPUS DIGITAL CAMERA남산 계곡에 있는 산장을 출입하는 사람들

OLYMPUS DIGITAL CAMERA계곡의 경치를 즐기는 사람들.

OLYMPUS DIGITAL CAMERA모임을 기념하는 내용을 글로 남겨 놓고 있다.

1853년 대표적인 여항시사(閭巷詩社) 모임인 ‘옥계사(玉溪社)’의 60주년을 기념하는 중인들의 아회를 긴 두루마리에 그림과 글로 묘사한 작품이다. 김석준을 비롯한 30명의 여항 문사들이 서울 남산 기슭의 노인정에서 시회를 열었고, 다시 최필문의 산장으로 자리를 옮겨 모임을 계속하였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유숙은 30명의 참석자의 모습을 마치 초상화와 같이 모두 세밀하게 묘사하였다.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석자들은 수염이 없는 청년과 장년, 노년으로 구별할 수 있으며, 얼굴형이나 구레나룻, 곰보자국 등의 특징도 분명하다. 중앙의 서탁 위에는 책들과 귀한 문방기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중국 왕희지의 난정수계(蘭亭修禊)에 비견함으로써 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였고, 모임 현장을 생생하게 표현함으로써 문인의 아취를 주체적으로 향유하는 중인으로서 자신들의 위상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아회(雅會), 이인상(1710~1760년), 조선 1744년, 종이에 먹, 이홍근 기증

문인화가 이인상과 친구들이 창덕궁 근처 북동에서 한달간 함께 했던 북동아회를 그린 것으로 생각된다. 참석자들은 책을 읽고 그림과 고동기(古銅器)들을 감상하며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다. 증조부가 서자이기 때문에 신분적 한계를 가진 이인상은 가까운 문인들과 모여 고동기를 감상하고 시문을 나누며 아회를 즐겼다. 도시 속 문인들의 아취 넘치는 문화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포의풍류, 김홍도, 조선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개인 소장. 단원 김홍도가 자신이 지향하는 모습을 그린 자화상 성격의 그림이다. 당시 지식인 계층의 취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홍도는 풍속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문인들과 어울려 시회를 가지며 글씨와 풍류에도 뛰어났다. 비파를 켜는 인물에게 김홍도가 지향하는 자신을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위에 서갑과 두루마리, 붓과 벼루, 파초, 칼과 생황, 향로, 중국 고동기인 고와 빙렬이 있는 자기 등의 값진 문방고동기류들을 두고 즐기는 문인의 아취를 표현하고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서루아회(西樓雅會), 작가미상, 조선 18세기, 비단에 엷은 색

8명의 인물이 모여 여가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문인 심익운(1734~?)이 자신이 지은 서루에서 열린 아회를 기념하기 위해 남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바둑을 두는 사람, 난간에 기댄 사람, 책을 읽는 사람 등 격식을 차리지 않고 풍류를 즐기는 모습은 신분과 상관없이 마음만 맞는다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대택아회(大宅雅會), 이인문(1745~1824 이후), 조선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당시 사람들이 살고 싶어했던 이상적은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선후기 양반들이 살았던 대저택 정원에서 지식인 계층의 소망이 반영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표적 화원 이인문의 《고송유수첩(古松流水帖)》의 한 장면이다. 화첩 중 여섯 점은 산수 속 선비들의 한가로운 일상사를 주제로 하였다. 이 그림은 조선후기 문인들이 동경했던 ‘성시산림(城市山林)’을 형상화한 것이다. 누각에서 시화음률을 즐기는 장면은 이인문이 즐겨 그렸던 소재이기도 하였다. 중인화가였던 이인문은 주변 동료나 여항문인화가와 교유 속에서 문인 풍류를 향유하는 존재이자, 도시 문예의 일면을 담당하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서원소정(西園小亭), 정선, 조선 1740년, 비단에 엷은 색, 개인소장. 인왕산 계곡에 있는 정자와 주변 풍경을 그린 것으로 실제 풍경을 그렸던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의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다.

이춘제(1692~1761년)가 1740년 3월 정원에 정자를 새로 축조한 것을 기념하며 정선이 그린 것이다. 인왕산 기슭에 있는 이춘제의 정원인 서원(西園)과 그 주변 지형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렸다. 사방관을 쓰고 평복을 입은 인물은 주인공인 이춘제일 것이다. 인왕산에 거주했던 소론계 문인인 이춘제는 특별한 사건을 기념할 때에는 가까웠던 정선과 그의 친구 이병연에게 그림과 시문을 부탁하고 하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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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계(淸風溪), 정선, 조선 1730년, 종이에 엷은색, 고려대박물관

청풍계는 인왕산 동쪽 기슭의 골짜기 일대로, ‘맑은 바람이 부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정선 역시 만년에 이 근방에서 거주하며 청풍계를 주제로 여러 그림을 제작하였다. 이곳은 안동 김씨 가문의 세거지로서, 자신들의 별서(別墅)가 있던 청풍계에서 자주 아회를 가졌다. 정선의 회화적 구성력과 원숙한 묵필법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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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세련계도, 김홍도, 조선 1804년경, 비단에 엷은 색, 개인소장. 당대의 화가 김홍도에게 계모임을 기념하여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다양한 장르에서 특출한 김홍도의 예술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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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표현된 잔치 장면. 배경과 인물을 섬세하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개성의 노인 64명이 송악산 만월대에서 가졌던 계회 장면을 그린 것이다. 화면 상단에 간재 홍의영(1750~1815년)이 발문을 적어 놓아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를 알 수 있다. 김홍도는 만월대 주변에서 펼쳐진 다양한 인물들과 잔치 분위기를 생생히 표현하였다. 송악산의 산세 표현과 자연스러운 원근감, 간결하면서도 해학적인 인물 묘사 등에서 김홍도 만년의 완숙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수갑계회, 작가미상, 조선 1814년, 종이에 엷은 색. 구한말 경제력을 갖춘 중인들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인년(1758년) 생 동갑내기 중인들의 모임 장면을 그린 계회도이다. 기록에 따르면 한양의 약석방 정윤상의 집에 총22명의 친구들이 모였다고 한다. 대청마루에 세 개의 초가 켜져 있어 저녁 무렵임을 알 수 있다. 참석자들은 두루마기를 입고 탕건을 쓴 채 대청에 편안히 둘러앉아 모임을 즐기고 있다. 중인들의 결속력과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풍속화처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한북약고.이형사산상, 전기(1825~1854년).유숙(1827~1873년), 조선 1849년, 종이에 먹

여항문인화가 전기와 유숙의 합작이다. 오른쪽 소나무 아래 건물은 왼편 ‘한북약고’라는 글을 통해 종로 홍지문 근처에 있던 약재 창고임을 알 수 있다. 이를 그린 여항문인이자 약방 상인이었던 전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왼쪽 유숙이 그린 ‘이형사산상’은 망건을 쓰고 안경을 쓴 인물이 문지방에 앉아 문 밖의 산을 그리는 데 몰두하고 있는 듯한데, 그림의 구성으로 미루어 ‘이형’은 전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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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소.전기, <묵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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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추수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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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산외사, 조희룡(1789~1866년), 조선 1844년, 종이에 묵서,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한연구원

여항문인이자 서화가인 조희룡이 56세에 집필한 전기집이다. 대부분 중인인 인물 41명의 행적을 담았는데 정사에 등장하는 위인에게 뒤지지 않으나, 신분이 미천하여 역사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집필하였다고 하였다. 지위는 낮으나 기개와 풍모를 갖춘 사람, 신선처럼 인생을 달관하고 풍류를 즐기는 인물, 생업에 뛰어나고 기술이 훌륭한 사람을 선정하는 등 전통적인 기준에서 탈피한 역사의식과 중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보여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송석원시회도, 이인원, 조선 1791년, 종이에 엷은 색, 개인소장

OLYMPUS DIGITAL CAMERA송석원시사야연도, 김홍도, 조선 1791년, 종이에 엷은 색, 개인소장. 중인들의 모임 장면을 당대의 화가 김홍도가 그렸다. 당시 한양에서 활동했던 중인들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왕산 아래에서 송석원시사 모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낮과 밤의 두 장면으로 전한다. ‘옥계시사’로도 불리는 이 모임은 1786년 옥류동 계곡 기슭 청풍정사에서 결성된 여항문인 시사이다. 도시의 문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른 여항문인들은 서화를 즐기는데 적극적이었다. 모임의 장면을 당대 최고의 화원인 이인문과 김홍도에게 그리도록 한 것에서도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인문은 낮게 열린 모임 장면을 그렸는데, 절벽 옆 ‘송석원’이라는 글씨로 보아 옥계시사의 거두 천수경(1758~?)의 집 근처임을 알 수 있다. 이인문의 그림에는 김홍도의 집에서 그렸음을 밝히고 있어 흥미를 끈다. 김홍도의 작품은 밤에 열린 야연을 그린 것이다. 제시는 오계시사의 동인인 마성린이 적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OLYMPUS DIGITAL CAMERA옥계사십이승첩, 임득영(1767~1822년), 조선 1786년, 종이에 엷은색, 삼성출판박물관

옥계시사의 모임을 계절에 따라 12개의 주제로 정리한 서화첩이다. 이를 포함하여 22개 조항의 시사 행동 규약과 모임의 취지를 담은 글, 그리고 참석자들의 시문이 수록되어 있다. 당시 한양의 세시풍속과 여항문인들의 시사 활동을 엿볼 수 있다. 동고상화 장면은 한양에서 꽃구경으로 이름난 필운대에서의 모임을 그린 것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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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행인(梅雨行人, 여름 비 속의 행인), 김수철.유재소, 조선 19세기, 비단에 엷은 색, 삼성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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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계정(秋水溪亭, 냇가 정자의 가을경치), 김수철.유재소, 조선 19세기, 비단에 엷은 색, 삼성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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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갑을록, 김정희 평(評), 유재소 서(書), 조선 1849년, 종이에 묵서, 남농문화재단

1849년 여름, 14명의 여항문인들이 총7회에 걸쳐 ‘서화 경연’을 펼쳤다. 예술계의 종장 김정희는 글과 그림으로 나누어 품평을 남겼고, 그 내용은 『예림갑을록』으로 전해진다. 전시된 그림은 김정희의 품평을 받았던 8인의 작품 중 김수철과 유재소가 그린 것으로, 조희룡이 각 화면에 제시를 썼다. 후대 오세창(1864~1953년)은 그림 위 시당에 화가에 대한 간략한 사항과 김정희의 평을 옮겨 적었다. 조희룡에 대해서는 ‘서화계의 우두머리’라 칭하고 있더, 당대 여항문인들에게 조희룡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출처>

  1.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2. 안내문, 웃대 사람들, 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 2011년
  3.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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