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의 방’은 출입구 역할을 했던 공간으로 그리스.로마시대 이래 유럽에서 오랜세월 장식품으로 사랑받았던 청동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로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표현된 청동조각상들이 전시되어 궁전의 장엄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던 공간이었다. 도금은의 방에는 바로크시대에 유행했던 금속세공 장인들의 뛰어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도금은의 방
도금은의 방은 16세기 후반까지 기념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17세기 후반부터 왕실 소유의 보물을 보관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 방의 벽면에는 1723년 그린볼트가 처음 건축될 때부터 거울과 녹색 패널이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18세기 도금은의 방에 전시된 작품은 1733년 강건왕 아우구스투스의 지시로 작성된 소장품 목록으로 알 수 있습니다. 후기 바로크 양식의 조각상 50여 점을 포함하여 금속세공 장인이 만든 약 300여 점의 작품이 250여 개의 콘솔 위에 전시되었습니다. 이중 3분의 2 이상은 7년 전쟁으로 인한 재정난 때문에 녹여졌습니다. 오늘날 전시된 작품들은 1772년 당시 파괴를 면한 작품뿐 아니라, 그 뒤에 수집한 후기 바로크 양식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주전자와 수반, 다니엘 새플러 1세, 아우크스부르크, 1711~1715년경, 은에 도금>
바로크 시대에는 커다란 은제 그릇이 유행했습니다. 귀중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만든 크고 훌륭한 은제품은 자신의 지위와 부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강건왕 아우구스투스는 화려하게 도금된 용기들은 선제후 가문에 전해지던 보물들과 함께 전시되다가, 1723년 새롭게 설치된 ‘도금은의 방’에 식기 세트 형식으로 진열되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타조 형상의 타조알 술잔, 엘리아스 가이어, 라이프치히, 1589 ~ 1595년경, 타조알, 은에 도금>
16세기 초 뛰어난 금세공사였던 엘리아스 가이어는 이 작품으로 말미암아 작센 선제후들이 사랑하는 장인이 되었습니다. 드레스덴 궁정은 타조알에 금세공 장식을 더해 타조 모양으로 만든 이 독특한 술잔을 매우 높이 평가했습니다. 타조는 여러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소화를 위해 돌을 삼키는 타조의 습성을 잘못 이해하여 철을 먹는다고 믿었고, 이 때문에 타조를 고난 속에서도 살아 남는 동물로 여겼습니다. 입에 물고 있는 편자는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또한 타조는 알을 모래에 묻어 햇빛으로 부화시키는 습성떄문에 ‘원죄 없는 잉태를 하신 성모’를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체인이 달린 병, 게오르크 프리벨, 아우크스부르크, 1711~1715년경, 은에 도금>
도금된 은으로 만든 병의 표면을 돋을새김으로 섬세하게 장식한 이 병에는 뚜껑과 몸통을 연결하는 체인이 달려 있습니다. 드레스덴 궁정에서는 이 병을 얼음 통에 넣어, 연회에서 와인을 시원하게 보관하는데 썼습니다. 그러나 아우구스투수가 소장하였던 화려한 은제품들은 대부분 7년 전쟁으로 인한 재정난 때문에 녹여져 은화로 유통되었습니다. 이병의 밑바닥에 새겨진 무게는 이러한 예술품이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했음을 보여줍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체인이 달린병, 독일남부, 18세기초, 금색유리.은에 도금>
이 유리병의 붉은 빛깔은 고난도의 제작 기술을 갖춘 독일 남부의 장인들만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루비빛을 내기 위해서는 유리가 녹았을 때 특별한 금속 산화물을 첨가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금적유리로 만든 용기는 진기한 물품으로 여겨졌습니다. 금적유리 용기는 금세공 장식을 더해 보다 아름답고 튼튼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전구 같은 둥근 몸체에 더해진 주름과 금속 체인은 이러한 용기에 자주 쓰인 장식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순례자의 물병, 마이센, 1710~1715년경, 뵈트거 석기.은에 도금>
검붉은 색을 띠는 뵈트거 석기로 만든 그릇입니다. 이 석기의 이름은 유럽 최초로 경질자기를 발명한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1682~1719)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뵈트거 석기는 자기의 발명을을 예고하듯, 기존 유럽의 도기에 비해 매우 단단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용기는 순례자들이 들고 다니던 귀금속 물병의 모양을 모방해 만들었습니다. 석기의 단단한 재질 덕분에 기존에 금속 재질로만 만들 수 있던 형태를 도자기로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탁상시계, 아르라함 드렌트베트2세, 아우크스부르크, 1680~1685년경, 은에 도금.다이아몬드.에메랄드.루비.석류석.터키석.토파즈.감람석, 실제크기 높이 46 cm>
<성을 등에 지고 있는 코끼리 형상의 잔, 우르만 볼프, 뉘른베르크, 1593 ~ 1598년경, 은에 도금.자개.에메랄드.루비, 실제크기 높이 52 cm>
<여성 형상의 술잔, 프리드리히 힐레브란트, 뉘른베르크, 1603 ~ 1608년경, 은에 대부분 도금.바다빙석고 등>
바로크 시대 궁정에서 유행한 드레스를 입은 이 여인은 머리 위로 높이 잔을 들고 있습니다.이러한 잔은 결혼식에서 ‘술자리 놀이’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걸쇠에 걸려 있어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잔 뿐 아니라, 종 모양의 치마 역시 잔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신랑은 치마에 담긴 술을, 신부는 화려한 금세공 장식을 더한 바다방석고둥 잔을 비워야 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공이 굴러 나오는 시계, 한스 술로트하임, 아우크스부르크 추정, 1600년경, 은.황동에 도금.철.강철.목재.가죽.수정.창자줄, 실제크기 112 cm>
<아르테미스와 켄타우로스, 한스 아코프 바흐만 1세, 아우그스부르크, 1600 ~1610년경, 은에 도금.에나멜.황동.강철.루비.에메랄드.상아.흑단.떡갈나무, 실제크기, 높이 49.6 cm>
<바다 유니콘 형상의 술잔, 엘리아스 가이어, 라이프치히, 1600년경, 은에 도금.금에나멜 흔적.바다방석고등>
엘리아스 가이어는 자연물을 사용하여 창의적인 작품을 잘 만들기로 유명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이어는 바다 유니콘의 꼬리를 바다방석고둥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위로는 한 손에 삼지창을 든 포세이돈이 다른 손으로 고삐를 잡고 있습니다. 자연물과 인공물을 혼합한 작품으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상징합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용을 무찌르는 성 게오르기우스 형상의 자동기계, 요하힘 프리스, 아우크스부르크, 1618 ~ 1622년경, 은에 도금.철>
중세 기사의 모습을 한 성 게오르기우스가 용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모습입니다. 제물로 바쳐진 공주는 그의 도움으로 도망쳐 나오고 있습니다. 악으로부터의 승리와 용맹함을 상징한 성 게오르기우스는 유럽의 군주들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말을 머리 부분을 열면 술을 담을 수 있는 잔이 되어 연회 때 사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닥에는 태엽장치로 움직이는 바퀴가 있어서 탁자 위에서 굴러다닐 수 있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청동의 방
청동의 방은 바로크 시대에는 입구이자 출구의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몇차례의 수리와 증축을 거치면서 그린볼트박물관의 마지막 방이 되었습니다. 아우구스투스는 떡갈나무 패널과 거울로 벽을 장식하였고, 방 전체에 선반과 받침대를 놓아 그 위에 파리에서 구입한 100여 점의 작은 청동상들을 전시했습니다. 이 중 많은 작품이 그리스 신화나 알레고리를 형상화했습니다. 특히 4계절, 4대륙, 4원소 등 우주적 가치를 의인화한 알레고리는 바로크 궁정에서 즐겨 사용한 주제였습니다. 즉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왕이 신으로부터 위임받아 관장함으로써 그의 권력이 모든 국가와 대륙, 나아가 세계에 미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청동의 방은 왕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우주’와도 같았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청동 조각상을 전시했던 ‘청동의 방’을 재현하고 있다.>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하는 네소스, 프랑스, 1700년경, 청동>
켄타로우스족 네소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하려다 헤라클레스의 손에 죽음을 맞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듯 높이 치켜든 네소스의 앞발과, 이에 놀라 한껏 젖혀진 데이아네이라의 몸은 마치 이 신화의 클라이막스를 지켜보는 듯 생생합니다. 아우구스투스는 이 조각상을 비롯하여 ‘청동의 방’에 전시할 여러 작품들을 예술품 중개인을 통해 파리에서 구입하였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흙의 알레고리, 앙투와 쿠와즈보 파, 프랑사, 1726년 이전, 청동>
<물의 알레고리, 앙투와 쿠와즈보 파, 프랑사, 1726년 이전, 청동>
우주적 가치를 형상화한 알레고리는 그리스 신화와 더불어 ‘청동의 방’에 전시된 작품들의 핵심 주제였습니다. 특히 고대의 네가지 원소 물, 불, 공기, 흙을 의인화한 조각은 왕이 신으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존재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소재로, 바로크 궁정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성벽 모양의 왕관을 쓰고 과일로 가득 찬 뿔을 든 여인은 흙을 의인화한 인물입니다. 한편, 물병을 든 수염 난 남성은 물을 상징합니다. 발치에 조각된 돌고래는 비늘이 있는 물고기처럼 양식화된 모습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시간의 알레고리, 잔 로렌초 베르니니 파, 로마, 1650 ~ 1660년경, 청동>
제우스의 아버지이자,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는 바로크 예술에서 자주 묘사되었습니다. 그는 흔히 날개가 있는 늙은 남성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크로노스를 상징하는 물건 가운데 하나인 낫이 손에 쥐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구체 위에서 중심을 잡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자연스러운 옷주름과 근육의 표현이 뛰어납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아우구스투스가 구입한 청동상 중에는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습니다. 이 조각상도 제우스의 유명한 신화를 묘사했습니다. 제우스는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의 미모에 반해 새하얀 황소로 변신하여 접근한 뒤, 그녀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가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바람결에 날리는 옷자락과 황소의 온순한 모습은 극적이지는 않지만, 신화 속 두 주인공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에우로페의 오른손에는 꽃다발이 쥐어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7년)
-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17년
- 위키피디아, 2019년